1. 상간남에게 주거침입죄가 성립할까?
2020년, A씨는 출근 이후 회사가 빨리 끝나게 되어서 집에 있는 아내와 시간을 갖기 위하여 꽃을 사들고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안방에 아내와 다른 남성이 있는 모습을 보고 말았습니다.
아내가 A씨 몰래 바람을 피웠고, 급기야 이들의 행동이 대범해 지더니
상간남을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된 것입니다.
A씨는 해당 증거를 모아서 다음과 같이 소송을 진행하였습니다.
아내에게는 이혼 소송
상간남에게는 상간자위자료소송
그러나 A씨는 간통죄가 없어진 사실에 안타까워 하며, 단순히 민사소송만으로 일을 정리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A씨는 형사 고소를 하기 위하여 변호사 사무실에 방문하여 해당 내용에 대한 상담을 하였습니다.
변호사는 A씨에게 상간남을 주거침입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 조언 하였습니다.
2. 주거침입죄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주거침입죄란? 형법 제319조에게 규정되어 있는 내용으로 사람이 주거·관리하는 건조물·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거나, 이러한 장소에서 퇴거의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주거침입죄는 주거의 평온·안전을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며, 주거권자의 평온을 해하면 이 죄에 해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A씨와 그 부인이 살고 있는 집의 주거권자는 해당 집의 명의자인 A씨만 해당하는 것도, 부인만 해당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집의 주거권자는 A씨와 그 부인의 공동으로 주거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인의 허락을 받아 부인이 몸소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상간남을 들어오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상간남이 불륜의 목적을 가지고 해당 집으로 들어오는 것은 A씨의 평온을 해한 것에 해당하므로 상간남은 부인의 허락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A씨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게 되었던 것 입니다.
3. 바뀐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로서 위와 같은 사례에서 상간남에게 주거침입의 죄를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판례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갔으나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 피고인이 갑의 부재중에 갑의 처 을과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을이 열어 준 현관 출입문을 통하여 갑과 을이 공동으로 거주하는 아파트에 들어간 사안에서, 피고인이 을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갔으므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의 주거 출입이 부재중인 갑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되더라도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 사실상 누리고 있는 주거의 평온, 즉 ‘사실상 주거의 평온’으로서, 주거를 점유할 법적 권한이 없더라도 사실상의 권한이 있는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적 지배ㆍ관리관계가 평온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외부인이 무단으로 주거에 출입하게 되면 이러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 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보호법익은 주거를 점유하는 사실상태를 바탕으로 발생하는 것으로서 사실적 성질을 가진다.
판례는 위와 같이 주거침입죄에서 보호되는 법익을 “사실상태” 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즉 공동거주자 중 일방으로부터 출입을 허락 받아 그 출입의 방법이 위법한 것이 아닌 정상적인 방법으로의 출입이라면 출입으로 인하여 다른 공동주거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 깨졌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만일 외부인의 출입에 대하여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하게 되면, 주거침입죄를 의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되어 주거침입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의 범위를 넘어서게 되고, ‘평온의 침해’ 내용이 주관화ㆍ관념화되며, 출입 당시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부재중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가 좌우되어 범죄 성립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가벌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게 되어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대법원은 법으로서 과도한 제약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https://casenote.kr/%EB%8C%80%EB%B2%95%EC%9B%90/2020%EB%8F%8412630
4. 결론
이렇게 판례의 태도가 변경됨에 따라 A씨는 상간남에게 주거침입죄로 고소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감정적으로 보면 판례의 변경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나, 법이 과도하게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지키는 판례에 해당하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 A씨는 상간남에게 민사소송으로서 상간소송을 진행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상간남이 자신의 집에 몰래 들어와 아내와 부정한 행위를 저지른 사실에 대하여는 이후 상간소송에서 그 위법성의 정도를 판단함에 있어서 영향을 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된 것입니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상간 소송과 관련하여 위자료의 액수가 매우 적게 선고 된다는 내용의 비판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상간소송의 위자료의 액수에 대한 판단을 증액하게 된다면, 다른 정신적 위자료 소송에 있어서도 그 위자료의 산정을 높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는 법이 과하게 관여하는 또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소리도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들 속에서도 얼마전 최태원 회장의 천문학적인 액수의 위자료소송으로 인하여 상간 소송의 위자료 선고에 대하여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